작성일 : 2016-06-10 11:29:41 | 조회수 : 8505
▲ 3D 프린터를 활용한 유방 수술 가이드 제작 과정. |
서울아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세계 첫 시도
환자맞춤형 3D 유방 가이드로 암부위만 제거
MRI 영상에서 얻은
유방과 종양을 3차원으로 모델링…
정확하게 수술부위표시
유방암 환자의 유방을 최대한 보존하는 최소 침습술이 보편화되고 있는 가운데 3D(3차원)프린터를 이용한 환자 맞춤형 유방암 치료술이 개발돼 더 정교하게 유방암 수술을 할 수 있게 됐다. 3D프린터의 활용으로 암 부위만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어 유방은 최대한 살리고 재발은 줄일 수가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종양의 크기가 커 기존의 수술법으로는 유방의 전 절제가 불가피한 경우도 항암치료를 통해 크기를 줄인 뒤 3D프린터를 이용해 최소 침습 수술을 할 수 있어 유방암 환자들에게 희소식이다. 유방의 절제는 치료 후에도 큰 상실감으로 대부분 우울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유방 보존·재발률 감소 기대
서울아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안세현·고범석 교수와 융합의학과 김남국 교수팀은 유방암 환자에 3D프린터 기술을 접목, 최대한 유방을 보존하고 암부위만 정교하게 제거할 수 있는 수술법을 개발했다. 안 교수팀은 올해 초부터 이 같은 방법으로 5명의 환자들을 집도, 이 결과를 지난 4월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제유방암학회에 보고했다. 3D프린터 맞춤형 유방암 수술은 국내외적으로도 처음이다.
수술은 3D프린터로 먼저 환자에게 맞는 유방 가이드를 제작한 뒤 이를 통해 입체적으로 유방암 부위를 정확히 표시해 제거하는 방법으로, 과도한 유방 절제를 줄이고 정확한 절제를 하기 때문에 유방보존과 함께 재발을 줄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방법으로 수술하게 되면 기존에는 수술 전에 초음파를 보면서 미세침을 유방암 부위에 꽂아 수술 부위를 표시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환자들이 통증을 느꼈지만, 미리 제작해 놓은 3D 유방 가이드를 이용하면 수술장에서 마취가 된 상태에서 수술부위 표시가 가능해 환자들이 불편감과 통증을 느끼지 않게 된다.
이 기술은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용가이드로 승인을 받았다.
종암의 크기가 큰 경우는 먼저 항암치료를 통해 크기를 줄여 유방 전체를 절제하지 않고 암만 제거해 유방을 보존하기도 하지만 이 경우도 유방암의 크기가 작아지거나 종양이 보이지 않더라도 암이 일부분 남아 있을 수 있어 수술은 치료 전 MRI 영상을 참고해 시행된다. 그렇지만 기존의 수술부위 표시 방법으로는 사실상 정확한 절제부위 표시가 어려워 광범위 절제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유방 절제에 따른 상실감 줄여
이번에 개발된 새로운 수술법은 선행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의 치료 전 MRI 영상에서 얻은 정보로 유방과 종양을 3차원 모델링 한 후 수직으로 표면에 종양의 모양을 투사함으로써 정확한 절제범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런 다음 3D 프린터를 이용해 이 가이드 모델을 출력하고, 수술 당일 환자가 수술장에서 마취가 된 후 가이드를 암이 있는 유방에 씌워 정확하게 수술 부위를 표시한다.
이렇게 3D 유방 가이드를 이용해 종양 범위를 표시하면 기존 표시 방법에 비해 종양의 크기에 맞춰 3차원적으로 여러 군데에 정확하게 표시해 정밀한 암 절제가 가능하다.
서울아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고범석 교수는 “3D 유방 가이드를 활용해 유방암 수술을 하면 정확한 절제를 할 수 있어 유방을 최대한 보존하고 재수술률과 재발률을 줄일 수 있으며 치료율과 환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안세현 교수는 “3D 프린터를 활용한 유방암 수술 가이드는 국내외적으로 처음 시도되는 기술로서 선행항암치료를 받은 환자뿐 아니라 향후 전체 유방암 환자에게도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인터뷰 - 서울아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고범석 교수
“농촌여성 대부분 암 상당 진행후 내원”
적어도 1년에 한번 초음파 검사해야 안전
“농촌여성들은 도시여성들보다 대부분 암이 많이 진행돼서 병원에 오는 경향입니다. 유방암은 예후가 비교적 좋은 암이긴 하지만 그래도 병기에 따라 치료율에 많은 차이가 납니다.”
세계최초로 3D프린터를 이용한 유방암 새치료법을 개발한 고범석 교수는 “농촌여성들이 충분히 쉽게 고칠 수 있는 유방암도 너무 늦게 병원에 오는 바람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가에서 시행하는 유방암 검진은 2년마다이지만 50세가 넘으면 1년에 한번 정도 유방암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여러 방법들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초음파 검사가 비교적 정확한 편이라 다소의 비용부담이 있더라도 1년에 한번 정도는 초음파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조기에 발견할수록 쉽고 간단하게 고칠 수 있기 때문에 병을 키우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득이 조기발견이 어렵더라도 고 교수가 개발한 새 수술법을 적용하면 기존 수술법에 비해 5㎝ 가량 유방을 덜 도려내도 되기 때문에 유방암 환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의미가 크다.
이 수술을 받기 위해 현재 20여 명의 유방암 환자가 대기 중이며, 아직은 비보험수가라 환자들의 비용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관계기관과 최대한 잘 협의하겠다고 고 교수는 말한다.
농촌여성들에게 특별히 조언을 부탁하자 “환경적인 어려움이 있겠지만 그래도 쉽게 고칠 수 있는 암을 어렵게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예후가 좋은 암이라도 절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